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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용산 키보드 타건샵으로 유명한 선인상가 '구산컴넷' 방문하고 키보드 구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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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등장한 asmr 영상을 재생했다. 키보드 타건 asmr인데, 고요한 방 안에서 센치한 새벽에 들으니 귀에 쏙쏙 박히고 빠져들게 되었다.

이후 asmr을 즐겨 듣게 되었다. 매일같이 틀어놓았다. asmr 늪에 빠져버린 것이다.

 

 

▼내가 키보드 asmr에 빠져들게 만든 영상 

출처: Youtube 'Vito asmr'

 

키보드 소리를 자주 접하다 보니 키보드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키보드를 사고 싶어졌다. 영상 속 키보드가 무척 예뻤던 것도 한몫했다. 내 취향 저격 디자인의 키보드는 앱코의 'AR61D' 제품이다.

 

 

 

 

 

앱코 AR61D

가격은 무려 20만원대. 진한 노랑 컬러에 포인트로 레드 키캡이 들어가니까 레트로 감성 제대로다. 그런데, 키배열이 아쉽다. 이 키보드에는 방향키가 없다. 방향키 없으면 제대로 작업할 수 있나? 나는 못할 것 같은데. 방향키도 없는데 뭐이리 비싼가 싶다. 방향키 있었으면 샀을 것이다. 디자인이 봐도 봐도 안 질리니까. 앱코는 당장 이 모델의 텐키리스와 풀배열 버전을 만들어달라! 당장 사줄테니까.

아무튼 앱코의 레트로 감성 뿜뿜하는, 치즈를 연상케 하는 AR61D는 포기했다. 그럼 뭐 살까? 직접 눈으로 보고 타건해봐야 내 취향에 찰떡인 제품을 고를 수 있겠다 싶었다. 용산에 유명한 타건샵이 있다고 한다. 용산 선인상가에 위치한 '구산컴넷'이라는 곳이다. 구산컴넷 방문 유튜브 영상 여럿을 시청했는데, 샘플 키보드 종류가 다양해서 좋아보였다.

용산 구산컴넷에 방문하기로 했다. 가족과의 약속이 취소된 월요일,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용산역 3번출구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저 멀리 선인상가가 보인다.

 

 

 

 

 

밖으로 나와서 검은 도로길을 걸었다.

 

걷다 보니 횡단보도가 나왔다. 차량 통제하는 분이 계셨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 위험하기 때문인 듯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니까 큰 건물이 나왔다. 저기를 통과하면 녹색 울타리가 둘러진 주차장과 선인상가가 보인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화살표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 주차장 안에 들어가서 앞으로 직진하면 선인상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곳은 막혀있다.

 

 

 

 

 

위 사진에선 선인상가가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착시다. 뺑 돌아서 가야된다. 키보드 타건의 길은 멀구나.

 

 

 

 

 

구산컴넷은 선인상가를 마주보았을 때 오른쪽 맨끝 출입구로 들어가면 가까운 곳에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1동 5출입구다.

이제 정말 다 왔다. 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거야. 용산역에서 이보다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루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21동 5출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꺾고 조금만 걸으면 구산컴넷이 나온다. 동선 매대에 키보드들이 깔려있으면 거기가 바로 구산컴넷이다.

7월 24일 월요일, 오후 5시쯤 도착. 손님 몇 명이 키보드를 둘러보고 있었다.

 

 

 

 

 

다양한 샘플, 자유로운 타건

매대 쪽에는 저렴한 키보드들이 놓여 있었다. 12000원짜리도 있다. 노랑 키캡인 저 제품이 12000원짜리. 키보드가 만 원이면 거저인데? ㅋㅋㅋ근데 저거 쳐보고 비싼거 쳐보면 아무리 저렴해도 사고싶지 않다.

노랑 키캡 키보드 밑에 것은 18000원이다. 자판 높이가 낮다. 내 전 키보드는 로지텍 k640이다. 키보드에 관심 없던 시절에 사용한 건데, 그것도 자판 높이가 엄청 낮았다. 근데도 만족하면서 썼다. 심지어 이 정도면 성능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귀엽다.

 

 

 

 

 

블루투스 키보드. 죄다 납작이들이다. 예전엔 납작이가 슬림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별로다.

맨 아래에 있는 것은 모양이 독특하게 생겼네. V자 데칼코마니 형태로 되어있네.

 

 

 

 

 

납작이 블루투스 키보드 매대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가격대가 확 높아졌다. 18만원 짜리도 있고, 20만원 짜리도 있고 그렇다.

 

 

 

 

 

내가 난생 처음 키보드 예쁘다고 감탄하고 홀릭된 제품이다. 앱코의 AR61D. 유튜브에서 볼 때마다 눈길이 갔다. 그래서 이거 샀냐고? 사지 않았다. 이십일만오천원이라는 가격이 사악해서 구매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납득할 수 없는 키배열이라서 그렇다. 방향키가 없다. 그럼 방향 조작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디자인에 홀려서 이걸 샀으면 분명 3일만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보유한 키보드가 5개 이상 돼서 기분 전환&소장용으로 샀다면 모를까.

이거 텐키리스랑 풀배열 버전 나오면 무조건 살거다. 얼른 기획해주세요, 앱코.

근데 이거 무게가 상당했다. 일반 키보드의 2배는 되는 느낌이었다.

 

 

 

 

 

이 사진에 예쁜 키보드 많다. 디자인으로만 보면 청록색 포인트키캡이 들어간 키보드랑 엠스톤 그루브 퍼플이 끌린다.

 

 

 

 

 

엠스톤 Groove T

엠스톤 Groove T 제품은 타건해보고 싶은 키보드 1순위였다. 가격 대비 타건감이 그렇게 좋다고 유명해서 말이다. 구산컴넷에 샘플로 나온 저것은 무슨 축인지는 모르겠는데, 풀윤활 버전이다.

내 기준 타건감이 가벼워서 오타가 잘 났다. 타건감이 좋지만 뭔가가 아쉬웠다. 엠스톤 그루브는 밀키축, 코랄축 등 여러가지 축이 있다. 다른 축 쳐보면 느낌이 또 다르겠지? 나한테 꼭 맞는 축으로 쳐보고 싶다. 나중에 일산 엠스톤 타건샵에도 방문할 생각이다.

 

 

 

 

 

앱코 APK87

구산컴넷에 있는 키보드 샘플 대부분을 타건해보았다. 이거 사야겠다고 맘에 쏙 드는 키보드가 좀처럼 없었다. 봤던 것 다시 보고, 쳐봤던 것을 다시 쳐보았다.

이 제품이 뒤늦게 나의 발길을 묶었다. 앱코의 APK87이라는 제품이다. 투명한 키캡, 텐키리스 키배열, 가격 185000원, 백축.
 
유튜브로 투명 키캡 키보드를 본 적이 있는데 영상으로 볼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키캡이 투명해서 스위치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이 이질감 느껴졌고, 유색이 없다는 게 밋밋해보였다. 그런데 이 날 실물로 접해보니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단 타건감이 미쳤다. 키 눌리는 게 가벼운 것 같지만 적당히 가볍고, 쫀득존득해서 치는 손맛이 장난 아니다. 청축처럼 낭랑하게 나는 타건음을 좋아하는데, 이 키보드는 타건음이 명랑하지만 청축보다는 덜 시끄럽다. 딱 내 스타일이다. 키캡 촉감도 특이하다.
 
키보드는 이 날 꼭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1시간 정도 진득하게 고민했다가 이 키보드로 정했다. 사장님한테 LED 킨 모습이 실제로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씀드리니 매장 노트북에 연결해서 보여주셨다. 바쁘셔서 LED 킨 모습을 보기까지는 좀 기다려야 했지만, 보고 나니까 이걸로 사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이 키보드는 타건감이 정말 별로였다.

 

 

 

 

 

구산컴넷에서는 다양한 마우스도 팔고 있었다. 피카츄 마우스, 액션가면 마우스 귀여운데? 여기서 마우스도 살 걸. 집에 오니까 마우스가 작동을 안 하네.
 
키보드 타건샵으로 유명한 용산 선인상가 구산컴넷 방문기 끝. 키보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심자가 축별 타건감 차이를 몸소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키보드 구매 예정인데 내게 꼭 맞는 키보드 유형을 찾고 싶다면 타건샵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쳐보고 알았다. 내가 청축처럼 낭랑한 소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쫀득한 타건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여기에서 OTG도 구매했다. USB랑 C타입 호환되는 것으로 말이다.

상품 종류가 엄청 많았다. 케이블, 젠더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구나하고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여기 사장님이 좋은 케이블 고르는 기준을 알려주셨다.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는데 케이블쪽은 문외한이라 솔직히 머리로 들어온 게 30%밖에 안 된다.

 

 

 

 

 

구매한 OTG. 가격은 6000원. 일자형이랑 ㄱ자 두 가지 타입이 있었는데, ㄱ자로 선택했다.

 

 

 

 

 

용산역으로 돌아갈 때는 용산역 방면 지하도를 경유했다. 구매한 키보드가 은근 무거웠는데 그것조차 행복했다. 새 키보드를 들고 총총 걸어가는 길이 이렇게 신나다니.

 

 

 

 

 

용산역 방면 지하도를 타고 쭉 가니까 아이파크몰이 나왔다. 배고파서 후다닥 식당가에 들어갔다. 한식이 땡겼다. 소녀의 방앗간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우렁된장찌개를 시켰다. 가격은 11800원. 산나물밥, 연두부, 버섯 등 자연의 향이 자욱한 메뉴들로 구성됐다. 개인적으로 반찬이 아쉽다고 느껴졌다.

 

 

 

 

 

구매한 키보드는 검은 봉투에 담아주셨다. 예쁜 쇼핑백이면 더 기분 좋았을 듯!

 

 

 

 

 

앱코 APK87 구매 후 개봉

이거 사고 나서 노트북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예쁘고 타건감이 좋아서 치고 싶기 때문!

나중에 풀배열 키보드도 하나 더 장만할 예정이다. 일단 이거 신나게 애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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