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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욘 포세(Jon Fosse) - 보트하우스 (부제: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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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이다 보니 포스팅에 스포성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불편하지 않은 분들만 이어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리뷰는 주관적이므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사람마다 느낀 점은 다르니까 혹시라도 태클은 No!



이번에 리뷰할 책은 욘 포세(Jon Fosse)의 <보트하우스> 입니다.




전자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 추천 도서 목록에서 발견하여 책 소개를 훑어보고 서재에 담아놓은 책인 보트하우스. 조만간 읽으려고 찜해둔 것이다.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거창한 타이틀과, 작중 화자의 불안감이 드러나고 인물들간의 미묘한 심리를 그린 작품이라는 소개에 이끌렸다.

책 소개에서 등장인물의 불안함과 강박을 나타내는 표현 기법이 두드러졌다고 하는데, 날것 그대로의 문체와 묘사를 했다고 하니 기대감이 더해졌다. ‘불안’, ‘공포’, ‘심리전’, ‘신경전’ 등 이렇게 작중에 긴장감을 자아내는 심리를 다루는 콘텐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안은 채로 밀리의 서재의 ‘바로 읽기’ 버튼을 눌렀다.

노르웨이 작가인 욘 포세는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 선정,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의 83위에 올랐다. 보트하우스는 1989년에 발표되었으며 욘 포세의 초기작이다.




마침표보다 쉼표, 현재형 서술

마침표(.)보다 쉼표(,)

보통 문장을 마칠 때 마침표(.)를 쓰는데 이 책에서는 쉼표(,)를 주로 쓴다. 쉼표를 쓰는 다른 책이 또 존재할 수 있겠지만 나는 처음 접해봐서 신선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문장의 맺음이 없고 계속 이어져서 난해하고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화창하고 밝고 멋진 여름날 저녁이다, 그리고 나는 조금 겁을 집어먹은 듯이 그녀를 따라간다, 나는 크누텐과 같은 방에 앉아 있는 것이 두렵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무슨 말을 할지 알았던 적도 없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 보트하우스 중


현재형 서술

‘했다, 이었다’같이 과거형이 아니라 ‘한다, 이다’와 같이 현재형인 점도 독특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에 옮긴이가 이 책에 대해 부연설명하고 풀어낸 글을 보고나서 그 이유를 추측해보았다. 책에서는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불안함을 느낄 때마다 글을 쓴다’라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때 주인공이 쓰는 글이 주인공-크누텐-크누텐의 아내와 있었던 묘한 사건에 대한 것 같다. 그래서 ‘~한다’와 같은 현재형이 쓰인 것이 아닌가? 현재형이 쓰여서 주인공의 불안한 감정과, 책의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보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인물 간의 대화에 쓰이지 않은 큰 따옴표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인물 간의 대화에 큰 따옴표(“ ”)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지, 내가 말한다. 맞아, 크누텐이 말한다. 그 보트하우스가 저쪽에 있어, 내가 말한다. 그래, 저기서 우린 많은 시간을 보냈지, 크누텐이 말한다. - 보트하우스 중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함에 대한 맛깔나는 묘사

위에 적은 표현 기법들은 독자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매끄럽게 읽히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에 대해 ‘끝까지 못 읽을 것 같다, 특이하다’는 댓글이 있었다.

그런데 주인공 정말 많이 불안하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될 정도로 불안함은 여실히 녹아냈으며, 표현력이 맛깔난다고 느꼈다. 앞뒤 안맞는 생각들이 얽히고설켜서 주인공의 정신이 복잡하구나,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그런데 그 잡념이 여러가지로 섞여있구나 싶었다.




같은 말의 반복

불안함에 대한 묘사가 반복적으로 그리고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에 걸쳐서 등장한다. 똑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자칫 지루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중반까지는 같은 말이 반복되어 등장해도 주인공의 불안함이 이렇게나 크구나 그리고 불안을 느끼는 빈도가 잦구나? 생각하면서 흥미를 잃지 않고 읽었는데 후반에서는 지루함이 살짝 올라왔다. 후반에서 지루함을 느낀 이유는 같은 말이 후반까지도 반복되어 나타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작중에 던져진 떡밥을 작가가 시원하게 풀어주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기다렸지만 결국 기다림만 남았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떡밥을 던졌지만 시원하게 풀어내지 않은 이야기들이 여럿 있다.


무도회장의 그 여인

<보트하우스>는 주인공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중후반에 크누텐 시점에서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크누텐이 ‘무도회장에서의 그 여자. 그건 별 뜻 없었다고, 그때는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언젠간 그 여자와의 스토리를 밝히겠지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무도회장에서 그 여자와의 어떤 사건이 그렇게 발목을 잡은 건데?

오래 전, 주인공과 크누텐이 밴드 공연을 했을 때 어떤 여자가 매주 토요일마다 보러왔고, 그 여자와 크누텐이 공연 중간 휴식시간에 뒤편으로 가서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장면은 나온다. 무도회장 여인과의 스토리는 이게 끝이다. 이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느꼈다. 크누텐이 무도회장의 여자에 대한 회상을 하면서 번민하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하는데, 한 두번 나오고 끝난 게 아니라 여러번 등장시켜 궁금증을 가중시켜놓고 스토리를 풀어주지 않으니 김이 샜던 거다.


크누텐의 아내

작중 크누텐의 아내는 주인공에게 성적인 관심을 보이고 유혹했다. ‘늘 그랬듯이 다른 남자에게 스킨십을 하겠지’라고 크누텐이 아내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크누텐의 아내는 다른 남자한테 관심을 보이고 불륜 행위를 한 적이 전에도 있었다는 건가?

그리고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지는 아내를 보며 크누텐이 ‘무도회장에서의 그 여자. 그건 별 뜻 없었다고, 그때는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둘의 결혼생활 중에 여자문제가 발생했고 그게 크누텐의 발목을 잡는 건가 추측했다. 하지만 작품 후반에 무도회장의 여인과는 크누텐이랑 주인공이 함께 밴드 공연을 하던 시기(10여년 전)에 만났다는 내용이 등장하면서 그 추측은 틀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누텐의 아내는 왜 죽었을까

크누텐의 아내는 왜 죽었을까. 크누텐의 아내는 자살했다. 아내 입장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는데 글의 막바지에 자살했다는 내용이 나와서 뜬금없게 느껴졌다. 크누텐과의 불화, 우울증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이것도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 셈이다.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주인공의 생각이 반복적으로, 자주 등장했다. 그리고 크누텐이 어딘가로 가는 길에 주인공이 소리쳐서 불러도 대답없이 그냥 갔다고 하길래 크누텐이 뭔 일을 저지르겠구나 예상했다.

책의 극후반에 아내가 죽었다는 내용을 봤을 때 ‘설마 크누텐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뒤에 크누텐의 아내가 자살했다고 나와서 아, 크누텐이 죽인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럼 왜 죽은 걸까. 이유를 설명해주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이유가 심리적인 것이라면 작중인물들의 심리를 주로 다룬 이 책의 흐름과 연결되어 더욱 재미있다고 느꼈을 텐데.

이 책에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같은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같은 말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흥미로웠는데 끝으로 갈수록 지루하다고 느꼈다. 이 정도로 반복해서, 많이도 접했으면 이제는 얘기해줄 때도 됐잖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꼈다. 떡밥은 잔뜩 그리고 반복해서 던지는데 시원하게 까발려지지 않으니 답답했다. 차라리 한 두번 스쳐지나간 내용이면 이렇게까지 궁금해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았을 텐데. 거대한 무언가가 팡하고 터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주인공의 극심한 불안함이 느껴진 날것 그대로의 필체는 좋았다. 다만 떡밥 회수만 좀 더 해주었으면 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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