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감기에 걸린 지 6일째다.
첫날에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열이 좀 있고 편도가 부었다고 했다. 약을 타서 먹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금방 낫겠거니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증세는 악화되어 갔다. 3일째에 온몸에는 기운이 없었고 노란 콧물이랑 기침이 많이 나왔다. 코맹맹이 소리나 섞여서 나기 시작했다.
기침을 하도 많이 해서인가? 4일째부터 목소리는 맛이 가버렸다. 쉰 소리가 났다. 주위 사람들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인다고, 괜찮냐고, 약은 잘 먹고 있는 중이냐고 물었다. 약은 잘 먹고 있는데도 콧물과 기침이 여전히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괴롭혔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왔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있을 때가 가장 고역이었다. 그것들은 간헐적으로 목을 살살 간질이고 콧속을 막아서 내가 잠드는 것을 방해했다. 이 방해꾼들 때문에 잠드는 것에 성공해도 중간중간 깰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최악으로 쉰 날은 감기에 걸린 지 6일째 되는 날이다. 5일째에 집에서 푹 쉬고 6일째에 출근했는데, 사람들이 내게 목소리가 완전 가버렸다고 어떡하냐며 걱정해 주었다. 누군가는 장난식으로 어린아이 목소리 같다고 했다. 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한술 더 떠서 "남자아이 목소리 같죠? 태권도장에 가야 할 것만 같아요."라고 했다. 참고로 난 여자다.
내 목소리는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말을 내뱉고 그 소리를 듣는 과정의 반복 속에서, 이게 내 목소리 맞아?라는 질문이 여러 번 나를 집어삼켰다. 무서움도 들었다. 예전 목소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말이다.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이랑 100% 똑같게 회복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목소리가 (전보다 안 좋게) 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되었다.
이제부터 목에 좋은 음식을 먹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배도라지즙을 보게 되었는데 기관지에 좋다고 쓰여있는 것을 보았다. 즙은 액상형태라 먹기 편하다. 훌훌 마셔버리면 되니까. 망설임없이 이것을 주문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수세미 도라지배즙을 선택했다. 가성비가 좋은 것이 제품 선택에 한몫했고 기관지, 기침, 천식에 좋다는 수세미도 들어가서 괜찮아 보였다.
일단 60포 주문했다. 먹고 나서 재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내 기관지를 보호하기 위해 기관지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챙겨 먹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기침의 고통을 이번 감기로 인해 제대로 느꼈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 때도 가끔 목이 건조해서 기침이 튀어나오던 것이 떠올라서 결심한 것이다.
감기에 걸린 지 6일째 되는 날. 수세미 도라지배즙 1포를 깠다. 이것을 처음 먹어본 날이다. 한 입만 살짝 맛보았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은근히 중독성 있었다. 씁쓰름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달했다. (황홀한 맛 조합이라는 단짠단짠?) 오케이, 맛 합격이요. 앞으로 먹는 데에 무리 없겠어. 나머지는 천천히 쭉 들이켰다.
제발 기침이 완전히 멎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얼른 내 목 상태가 회복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4일 뒤에 노래 관련 모임이 있는데, 노래는 커녕 말하는 것도 힘겨워서 걱정이다.
그동안 내 목에 신경을 너무 쓰지 않은 것 같아서 새삼 미안해졌다. 목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먹지 않아도 노래가 잘 불러져서 안일했던 것 같다. 감기로부터 벗어나게 되어도, 목소리가 완전히 회복되어도! 기관지에 좋은 음식은 꾸준히 먹을 예정이다. 반드시 이 수세미 도라지배즙만을 챙겨 먹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는 즙 먹는 것은 잠시 중단하고 은행을 먹을 수도 있는 거다. 뭘 먹을지는 그때그때 선택하기로 하고, 기관지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먹자는 것이 나의 핵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