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2박 3일 대구 여행하고 오기! 나의 발자취들을 기록했다. 혼자 ktx타고 외박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설레고 두근두근했다.
행신역 출발 (07:48)
7시 48분에 출발하는 동대구역행 ktx를 타기 위해선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 상황.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자신없어서 밤 새고 가기로 마음먹고는 열심히 날밤을 새고 있었다. 나는야 올빼미족.
스우파(엠넷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면서 새벽을 견뎠다. 2년 전에 방영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본 1인. 진득하게 몰입해서 시간은 잘 갔고, 너무 재미있어서 졸리지 않았다. 4시까지는 말이다.
4시쯤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4시쯤 쪽잠이 들었는데, 기적같게도 5시 반에 기상해서 준비하고 나가는 데에 성공했다. 일어났더니 아침 11시 이러지 않았다. 너무 다행이었다. 새벽에 잠들면 1시간 반만 자고 일어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이날은 운이 좋았다.
아침 6시 35분. 졸린 정신상태, 반만 뜬 눈으로 집밖으로 나왔다. ktx를 타기 위해 행신역으로 이동했다. 예매는 온라인으로 미리 해두었다. 몸만 가면 되는 거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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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도착 (10:01)
행신역에서 2시간 13분을 슝슝 달려서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오호 여기가 대구구나. 대구 첫 방문인 나를 환영하는 듯, 내가 좋아하는 햇빛 없고 서늘한 날씨였다.
참고로 동대구역에는 신세계백화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다. 백화점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거기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 다른 특별한 것을 구경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제일 먼저 갈 곳은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이다. 동대구역 근처의 '동대구역건너' 정류장에서 805번 버스를 탔다. 여러 루트 중에서 805번 버스를 타는 루트가 가장 괜찮았기 때문이다. 환승을 안 해도 되고 도보 걷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 10정거장 이동하고 도보 10분이면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 도착한다. 다른 루트들은 환승 or 도보 19분...
10정거장 지나 경북대학교치과병원 정류장에서 내렸다. 10분 정도 걸으니 벽이 꾸며진 골목이 나왔다.
대봉동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주소: 대구 중구 대봉동 6-11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서는 김광석 동상이 군데군데에 여러 개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골목에서 일자로 쭉 이어져있다. 한쪽 벽에 벽화가 그려져있기도 하고,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해놓기도 하고, 칠판을 놔서 관광객들이 거기에다가 흔적을 남기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벽면 반대편은 상가들이 즐비했다. 카페, 옷가게, 옛날에 시장이랑 문방구에서 팔았던 장난감들을 파는 가게 등등.
교복대여, 추억의 대박 고래 뽑기.
옛날 오락실 두더지잡기 게임, 쫀드기 구워먹기, 인형뽑기, 사격.
김광석 길에는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상가가 곳곳에 있었다. 요즘 옛날 감성 그리워하고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김광석 길은 향수를 느끼게 해 줄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김광석 길을 구경하다가 중간에 헤이븐스 미쉘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헤이븐스 미쉘 카페의 오픈 시간은 12시.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다.
헤이븐스 미쉘 카페 걸어가는 도중에 마주친 대구 중구 대봉 1동 행정복지센터. 핫플, 명소, 관광지는 아니지만 여행지를 드러내는 건물도 사진으로 찍으면 여행의 흔적을 소소하게 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페 <헤이븐스 미쉘>
주소: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6길 27-3
영업시간: 매일 12:00~22:00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서 5분 걸으니까 도착했다. 한옥과 프랑스 가정집의 만남.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 독특한 조합인데?
헤이븐스 미쉘은 테이블 수가 총 8개인 소규모 카페다. 원형테이블 7개 (테이블 당 의자 2~3개) + 사각테이블 1개 (의자 4개)
오픈 시간 되자마자 갔는데 3팀의 손님이 있었다. 창가쪽 테이블은 2개 뿐인데, 두 팀이 창가 자리를 선점했다. 이로써 창가자리는 전부 다 차버렸다. 역시 창가자리의 인기...! 그리고 한 팀은 입구쪽의 넓은 테이블쪽에 앉았다.
놀랍게도 15분 정도 지나니까 테이블이 다 찼다. 만석이 된 것이다. 오픈시간 맞춰서 오길 잘했다. 이때 오지 않았으면 여기서 커피 못 마실 뻔! 여기서 사진 못 건질 뻔!
젊은 남자직원 두 분 계셨는데, 잘생기셨다. 그리고 친절하셨다. 직원분에게 "어떤 게 인기 많은가요? 메뉴 추천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요즘 카페크렘이랑 카페누아제를 많이들 드신다고 한다. 카페크렘으로 주문했다. 베이커리 종류는 몇 개 되지 않았는데, 끌리는 게 없어서 그냥 음료만 마시기로 했다.
커피 위에 크림이 올라갔다. 크림을 먼저 떠 먹다가 커피를 즐기라고 안내해주셨다. 커피맛이 나는데 동시에 달달한 맛도 났다. 많이 달지는 않았다. 너무 단 것은 싫어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위에 아몬드 토핑도 솔솔 뿌려져 있어서 고소함도 더해졌다.
헤이븐스 미쉘 카페의 커피와 분위기를 즐긴 후,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을 2차 구경했다. 안 본 곳들 마저 보기 고고고~ 옛날 생각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그곳에 더 머물고 싶었던 것이다. 달고나 만들기, 뽑기 등을 오랜만에 보니까 추억이 몽글몽글 솟아나서 힐링되었다.
방천시장
관광안내도에 적혀있던 방천시장. 여기서 가깝네? 오~ 당연히 가봐야지. 그런데, 방천시장에 들어가니까 휑했고 오픈한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알아보니, 방천시장이 많이 쇠락했다고 한다. 2006년에는 점포의 절반이 비어있다고 하는데 2023년에는 과반수가 문을 닫은 것 같다. 어릴 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시장이 쇠락한다는 것에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제 이쪽 동네랑은 빠이빠이하기로 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 헤이븐스 미쉘 카페는 만족스러웠다. 동네가 전체적으로 한적하고 조용하고 구수한 시골 분위기 나서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이제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로 이동한다. 내가 예약해둔 숙소인 동성로 제로 게스트하우스로 고고!
동성로
my 숙소 <제로 게스트하우스>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12길 9 2층~3층
토요일은 숙소값이 비싸서 모텔보다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1인실로 가려고 계획했다. 10일 전이면 원하는 숙소를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1인실은 전부 매진이었다. 도미토리만 남은 것이다.
가성비가 좋은 제로 게스트하우스로 선택했다. 4인 도미토리인데다가 가격이 2만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초초초초저렴! 다른 게하는 6인 도미토리거나 가격이 더 비쌌다. 도미토리인데 4~5만원인 곳도 있었다.
가격이 정말 착하고 동성로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는 제로 게스트하우스. 인테리어가 좀 더 꾸며져있었다면 게하의 낭만이 살아있었을 텐데.
대구 여행가기 전에 지인한테 숙소 사진 보여주니까 반응이 "수용소...?" 였다. 물론 장난식이였지만. 도, 동감합니다. 병원 같기도?
가격이 저렴한 것에는 아쉬움이 뒤따랐다.
첫 번째, 수건이 하나뿐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숙박업소에 가면 수건을 적어도 2개는 주는데 여기는 달랑 1개였다. 체크인하고 방으로 들어가니까 침대에 수건이랑 시트가 자리마다 놓여있었는데, 수건은 1개였다. 하나로 올인원해야된다는 건가. 세안, 머리감기, 샤워 후 이 수건 하나로 해결해야 된다구~? 여행 끝나고 든 생각인데, 데스크에 수건 더 달라고 말했으면 주지 않았을까 싶다. 설마, "아니요. 안 됩니다. 우린 무조건 수건 1개만 제공합니다." 하진 않겠지.
두 번째, 콘센트 위치가 편파적이다. 콘센트가 1층과 2층 안쪽 벽에만 있다. 안쪽 침대 자리인 사람들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나는 2층 바깥 자리였는데, 2층 안쪽 자리 분에게 충전을 부탁드렸다. 핸드폰은 충전하면서 사용하고 싶었는데 충전하질 못하니까 배터리 25퍼 정도 남았는데 적은 채로 그냥 쓰고, 보조배터리 충전을 부탁드렸다.
세 번째, 방음이 잘 되지 않았다. 밖에 술집들이 많은데 음악소리랑 떠드는 소리가 방 안으로 들려왔다. 피곤해서 시끌시끌한 환경에도 금방 스르륵 잠에 들긴 했다.
그래도 토요일에 2만원 내고 숙소를 잡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했다. 이건 진심이다. ❤️👍
동성로 거리 구경
15시에 제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놓고는 동성로 거리로 나왔다. A Yo~ 동성로 구경 좀 해볼까? 대구에서 제일 핫하다는 시내 구경 좀 해볼까? (급 신남)
거리에 사람 엄~청 많았다. 그런데 90퍼센트가 청년들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대부분이 10~30대였다. 중장년 이상 분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동성로에는 하하호호 떠들며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활기넘치는 에너지가 가득했다. 이 에너지 받아 갑니다! 저도 활력 얻어서 대구 여행 즐길게요!
gs25 Z플라넷
동성로 한복판에 있는 GS 25 Z Planet. 흰 벽에 보라보라한 창문 몰딩은 뭔가 우주 느낌이 난다. GS 25는 편의점인데...Z 플라넷? 여긴 뭐 하는 곳일까? 길에서 흔히 보던 GS 25 편의점과 다르게 생긴 외관과 'Z Planet'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은 나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들어가보니 그냥 편의점이었다. 곧 발렌타인데이라 초콜릿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삼각김밥도 팔고, 과자도 팔고, 여느 편의점들이랑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뭐야 뭐야~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10초 훑어보고 바로 나와버렸다.
플리마켓
길거리에 일자로 늘어선 플리마켓. 아기옷, 팔찌, 머리끈, 캔들 등을 팔고 있었다. 인물의 얼굴을 수채화로 그려주는 곳도 있었다. 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는데 기다려야 돼서 하지 않았다.
탑텐
탑텐은 우리 동네에도 있지만 여기 탑텐의 레이아웃은 어떨지 궁금해서 구경했다.
홍대개미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3길 75 2층
영업시간: 매일 11:30~21:00
연어참치반반덮밥 14900원.
홍대개미는 동성로 번화가 중에서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서 찾기 쉬웠다. 점심이 훌쩍 지난 15시 반 정도에 왔다. 점심과 저녁 사이 애매한 시간대임에도 테이블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내가 들어왔을 때 딱 한 테이블 남아있었다. 손님이 많아서 시끌시끌하고 북적북적했다. 직원들 엄청 바빠보였다. 테이블에 세팅해주시는데 손놀림이 분주했다.
손님은 대부분이 젊은사람들이었다. 중년은 한 명도 못 본 것 같다.
다 먹고 계산할 때, 대기하는 손님 2팀이 있었다. 저녁시간이 아닌데도 웨이팅이라니, 엄청나구만.
리빙&소품샵 <나이스 키친>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5길 41 1층 나이스키친
영업시간: 매일 11:30~22:00
와인, 술, 그릇, 소품을 파는 리빙 앤 소품샵인 나이스키친에 방문했다. 평소에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긴 꼭 가야지 찜해놓았던 곳이다. 소품샵은 독특한 아이템들이 많아서 눈이 즐겁다.
저 해피버스데이 선글라스 귀엽다. 오른쪽 맨 아래 노란색 동글이 제일 내 취향인데?
윤하 콘서트 보러 버스정류장으로 이동
동성로 번화가에서 벗어난 외곽.
구제샵들이 즐비한 것으로 보아, 구제 거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과 간판부터가 구제 느낌 물씬 났다.
엑스코(EXCO) - 윤하 2022 콘서트(C/2022YH) 관람
내가 대구로 여행을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 그것은 바로 윤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티켓 구매 당시 1층에서는 딱 한 자리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 남은 한 자리가 럭키하게도 앞자리인 10번째줄 좌석인 것이다. 취소표가 풀린 것을 우연히 운 좋게 발견한 것! 이건 마치, '앞자리는 놓치면 안 되잖아?' 나보고 대구로 건너오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6시~8시 30분까지의 공연.
윤하 라이브 처음 들어봤는데 소름돋게 잘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부를 때, 후반부 고음에서 소름이 쫙 돋았다. 라이브 안정적이고 음색 좋고 노래도 명곡 많고~
사건의지평선이 역주행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해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시고, 상을 받았다고 뿌듯해하는 모습에 나까지 기분 좋아졌다. 축하드려요! 앞으로 더욱 승승장구하시길 바래요♡
내 최애 곡은 별의 조각. 이 날 콘서트 셋리스트에 있어서 너무 좋았다. 윤하의 부드러운 음색에 황홀했다.
윤하의 공식 응원봉. (내 응원봉...인 것처럼 찍혔으나) 내꺼 아니다. 남의 응원봉ㅋㅋㅋ 사진이 잘 나와서 여기에 올려본다.
콘서트 도중의 일화다. 다같이 응원봉 들고 색깔 보라색으로 맞춰볼까요?라는 윤하님의 말에 콘서트장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위 사진 때는 아니다.
분위기가 예뻐서 찰칵.
윤하 콘서트 끝나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21시 30분이 넘었다.
배고파...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왔다. 무르익어가는 밤에 혼밥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눈에 들어오는 식당들은 죄다 술집이었다. 동성로에 술집 엄청 많다. 좁은 골목에도 곳곳에 많이 있었다.
핀투대박양념오뎅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6길 15
영업시간: 매일 8:30~24:00
가래떡볶이 4000원
김밥 2500원
분식집 발견.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무척 반가웠다. 포장마차 분위기였다. 떡볶이랑 김밥을 주문했다. 잠깐만, 떡 양이 왜 저래?하고 토끼눈이 되었다면 워워~ 이 떡은 일반 떡볶이떡보다 훨씬 두껍고 큰 가래떡이다.
어묵, 떡볶이, 김밥, 순대 등의 메뉴 중에서 어묵의 인기가 가장 많았다. 내 양쪽의 사람들이 어묵꼬지를 하나씩 쏙 빼서 욤욤욤 먹었다.
떡볶이 소스 맛이 특이했다. 자극적이거나 아주 맵지는 않았는데, 뭔가... 매워서 아야하는 착각이 들 것 같은 느낌? 일반적인 고추장, 고춧가루 소스의 떡볶이 맛이 아니었다. 결론은 맛있었다! 김밥을 떡볶이 국물에 사뿐히 뭍혀서 먹으면 환상적. 내 입이 바운스바운스해지는 순간. 떡볶이와 김밥의 조합은 사랑입니다.
혼자서 대구 여행가기 1일차. 102500원 지출.
▼ '혼자서 2박 3일 대구 여행 2일차' 글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