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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김상현 -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너나들이 리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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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책 제목: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저자: 김상현
장르: 에세이
정가: 15,000원
출판사: 필름(Feelm)
출판: 2019년 5월 27일 (너나들이 리커버 에디션 2020년 1월 16일)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어서 눈길이 갔다. 내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 와줄 깊은 인연이 남아 있을까?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에 인간관계에 대해 공허함과 허무함이 묻어 나온 듯하다. 인간관계로부터 힘들 때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될까?' 망설이고 있을 때 읽으면 위로와 자신감을 한 움큼 얻어갈 수 있는 책이다. 작가가 직접 겪은 일화, 인간관계로부터 느낀 부정적인 감정, 인생에 대한 회고가 담겨 있다.

 

이 책은 ebook 어플인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읽었으며, 내가 읽은 것은 개정증보판(너나들이 리커버 에디션)이다. 개정증보판에는 12개의 이야기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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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알라딘

 

 

 

 

마음에 울림을 준 문장

1.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자주 새로운 걸 탐낸다. 갖지 못할 것들을 마음에 품어버리고, 소중한 것들을 마음에서 미뤄둔다. 떠나갈 땐 후회하며, 후회하는 건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그렇다. 나는 어리석다.
첫 에피소드인 ‘실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나도 한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내가 갖지 못한 것, 새로운 것을 탐냈다. 예를 들어 최신 전자기기를 샀는데 얼마 뒤 경쟁사의 신제품이 나오면 그것도 갖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관심이 점차 식어갔다. 이제는 갖고 있는 것부터 소중히 여기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2. 애써 둥근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끔 화를 내고, 가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아도, 가끔 눈물을 흘리더라도 나를 예뻐하는 사람이 참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그래도 된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넌 아주 재주가 있단다. 그렇단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것들 말이야. ……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또 누군가의 자랑이자 위로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한다. 언제나 잘 될 것이라고 믿고, 함부로 뱉은 말에 더는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아닌 너만의 인생을 살아가며, 비교하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만의 색깔을 찾아가며 다른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해 나갔으면 싶다. …… 참 예쁘단다. 널 바라보면 행복해진단다. 넌 아주 재주가 있단다. 그렇단다. 정말로 그렇단다.
표현력이 포근하고 따뜻해서 마음의 위로가 된 구절이다. 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어도, 나의 민낯을 드러내도 나를 예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그래, 나는 내가 힘들 때 그리고 불편한 상황에서 감정을 드러내면 분위기가 다운될 까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거리감을 둘까 봐 애써 덤덤하게 굴었던 적이 많다. 사회생활이랍시고, 표정관리랍시고, 같은 공간에 있는 모두가 불편해지지 않기 위해 내가 참고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3. (1) 인생?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거다. 남 눈치보다 세월이 다 가버렸어. 그러니까 너는 그러지 마러. 생각나는 게 있음 그냥 햐. 어느 할아버지의 말씀이 다시 생각나는 밤이다.
(2) “어차피 불안할 거라면 인생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
(3)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었다.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와 유튜브. 이것들은 남에게 나를 드러내야 하는 건데, 남들이 좋아해 줄까? 수군거림과 악플이 달리면 어떡하지? 좋은 평가를 못 받으면 어떡하지? 흑역사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이런 식으로 타인의 반응을 신경쓰고 걱정하면서 내 마음속에 이글거리는 욕망을 억눌렀다. 용기가 없어서 시작하지 않았던 시절에 내 마음은 텅 빈 공터 같았다. 나도 시작해보고 싶다, 그런데 겁이 나네. 자신이 없네.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과 머뭇거림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러다 훗날 자신감이 한껏 올라갔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일단 하니까 행복했고, 꾹꾹 누르고 묶어둔 응어리가 풀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수군거림이나 비난은 없었고 오히려 박수와 칭찬 등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왔다. 만약 지금까지도 겁나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 마음은 공허했겠지. 그래, 인생 한 번이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4. 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너무 많은 것을 곁에 두려고 하면 스스로 견디기 힘들어진다. 가끔은 내려놓기도 하고, 또 떠나보내기도 하면서 무겁게 걸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가벼울수록 멀리 갈 수 있으니까.
내게도 이것도 잘해야 되고, 이것도 챙겨야 한다는 강박이 압박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일도, 사랑도, 대인관계도, 취미도 잘하고 잘 사는 것 같은데 내게 부족한 부분들을 내려다보면서 자책한 적이 있다. SNS, 유튜브에서 타인의 삶을 마주하게 되는데 미디어 속의 그들은 가진 게 많아 보이고 이룬 것도 많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붙잡아 둘 수는 없고, 그에 따라 나이는 들어가는데 현재 나의 사회적 위치를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 돼, 쉬고 있을 때가 아니야라며 채찍질하곤 했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이고 걸어가면 쉽게 지치기 마련일 것이다. 그리하여 번아웃이 온 적이 있다. 다 내려놓고 싶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쌌던 것이다.

 

 


5. 내가 바라고 원하는 최고의 마음가짐은 ‘모든 걸 좋은 경험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의 시간을 허투루 보냈던 일, 실패로 돌아간 일, 내 마음속에 흑역사로 남은 일들은 때로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며 불쾌한 감정을 자아낸다. 내가 생각하고 싶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날 찾아온 것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 그 생각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서 보냈던 괴로운 시간들. 과거에 대한 아쉬움,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안으면 현재와 미래에 충실하지 못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한번 물꼬를 트면 현재 일이 안 잡히고 몸은 축 늘어지게 된다. 그럼 또 현재는 과거의 반복인 것처럼 무의미하게 흘러가겠지. 과거는 과거다. 내가 아무리 과거를 원망하고 불편해한들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방향성을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 그것도 하나의 경험이야.라고 덤덤하게 생각하면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진정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점차 내면은 단단해질 것이고, 훗날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6. 잘 사는 것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남들이 인정하는 정도면 잘 사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나에게 질문했을 때 스스로 답할 수 있을 정도면 잘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잘 살고 싶었다.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어느 정도면 잘 사는 것이고 만족하게 될까? 월 수입이 00원이 되는 것? 차와 집을 사게 되는 것? 건강한 것? 별로 가진 게 없어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어떤 상황과 조건이어야 잘 산다고 느낄지에 대한 고찰을 해보았다. 현재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건강하고, 일상이 무탈하니까 그거면 된 것 아닌가. 대단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내가 시작한 일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성장하고 있는데, 내가 이것만큼은 매일 해야겠다고 삼은 루틴들을 충실히 이행해나가고 있는데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현재에도 만족하고 행복한 내가 되고 싶다.

 

 


7.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결국 내 감정과 내 시간의 손해임을 깨닫는 것. 미운 것들을 더는 미워하지 않는 것. 사랑스러운 것들을 더욱 사랑하는 것.
그렇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한다고 해서 내 감정이 풀리지 않는다. 분노심에 내 심장은 벌렁거릴 거고, 표정은 표독해지거나 찌푸려져서 못나질 것이고, 하던 일이 잡히지 않고 내내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결국은 내 손해다. 내가 미워하는 마음을 아무리 가진다고 한들 내게 더 좋아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나를 망치게 된다. 사람은 제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의견이 충돌할 수 있고, 만약 내게 나쁜 행동을 해서 그가 미운 거라면 그건 그 사람의 그릇이 그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넘겨버리자. 누군가를 미워하며 나를 옭아매지 말자. 그 대신 내 주위에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많으니 그것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기로 하자.

 

 


8. '나를 좋아할 순 없을까. 나는 그저 나일 순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 그러다 문득 누군갈 좋아할 때 어떻게 좋아할지 생각하고 좋아했었나하는 생각이 들자 쉬워졌다. 그 사람에 대해 알고, 그 사람의 장점을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파악할 때, 어느 순간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던가. 그와 같은 과정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9. 반 고흐는 죽기 전까지 작품을 800점 이상 그렸지만 살아 있는 동안 팔린 작품은 단 한 점뿐이라고 합니다. ……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물감조차 살 돈이 없어 동생 테오에게 죽기 전까지도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진지하게 작업을 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적은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 글 보고 소름이 쫙 돋았다. 현재 수많은 이들에게 명화가로 불리는 반 고흐의 작품이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단 한 점밖에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래서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그림에 대한 본인의 꿈과 사랑을 저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는데 빈곤과 싸워야 한다면,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 일에 전념할 수 있을까? 나는 현재로서는 못할 것 같다. 취미로는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좋았던 비유적인 표현

밑줄 하나를 긋고 그 안에 글자를 채워 넣어보자. 밑줄을 먼저 긋고 글자를 쓰려면 밑줄 안에 얽매이게 되어 원하는 글자 크기를, 또 원하는 글자 수를 채우지 못할 확률이 커지게 된다. 반대로 글자를 먼저 쓰고 밑줄을 긋는다면 내가 원하는 크기의 글자를, 또 내가 원하는 글자 수에 맞춰서 밑줄 안에 쓸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자신의 일들을 밑줄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궁무진히 해낼 수 있는 당신이니까.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가두지 않았으면 싶다.
밑줄과 글자의 순서를 가치관에 비유한 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의 일들을 밑줄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 말라는 다독거림도 몹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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